유치원때부터 매일 들리던 오락실.. 돈이 없어 구경만 하던 어느날 친구와 저는 돈 타낼 궁리로 일요일마다 교회 헌금을 핑계로 100원을 타서 로보트레슬링이나 빵만드는 게임을 했었답니다. 몇주 하다보니 웬지 부모님이 아시는것 같기도 하고 양심에도 찔려서 아예 일요일을 오락실 가는날로 허락맡고 다니기도 했는데...
일주일에 한번이라는 규율을 못지켜 얼마 못갔고.. 항상 돈에 쪼달리고 오락실에서 걸려 혼나는 일이 반복됐었죠. 오락실 맘편히 다니면서 오락하는게 소원이었답니다.
위쪽 파란방향키가 제가 배웠던 MSX(IQ1000)
그런데 1988년 초딩 4학년때 학교에 컴퓨터(MSX) 교육이 생기더군요. 오락실 단골 상호인 '컴퓨터'라는 단어는 이미 익숙했고.. 오락실에 키보드가 달려있던 서커스를 보며 컴퓨터와 게임은 연관이 있을거라는 느낌에.. 부모님께 허락을 맡아 교육 신청을 하게 되었죠~
학교에선 베이직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사칙연산같은걸 했었나.. 지금은 파란 기본화면이나 cls명령어 밖에 안떠오릅니다. 명령어로 화면이나 글자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었죠. 노래도 만들 수 있었던거 같고..
수업시간에 몰래 하던 양배추 인형
제가 제일 기대했던 게임.. 게임팩을 꼽으면 할 수 있더군요. 부모님께 걸릴일 없이.. 공짜로.. 만화에서나 보던 키보드를 누르며 게임을 하니 참 재밌더라고요. 키보드 누르는 감촉이 사각거리는게 신기하기만 하던 시절.
컴퓨터실에 들어갈때마다 풍기는 컴퓨터냄새가 좋았고.. 수업시간에 몰래 게임도 했었죠. 문방구에서 저는 엑스리온을 친구는 빵공장을 구입한뒤 서로 빌려주며 했었는데 저는 웬지 빵공장이 끌렸지만 서로 내것이 더 재밌다고 하면서 내색은 안했습니다. 나중엔 아예 서로 팩을 바꿨는데.. 서로 남의것이 더 재밌었나봐요.
하지만 제일 골치였던건 컴퓨터실에 들어갈때 팩을 몰래 갖고 들어가야하는 것이었는데.. 실내화주머니 아니면 잠바에 숨기고 선생님께 안들키려고 태연한척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수업시간에 뭐하는지 앞에서 보면 다 보였겠지만.. 선생님이 몇번 그냥 넘어갔으리라 생각됩니다 (걸린적도 많네요..)
89년엔 이사를 하느라 전학을 했는데 전 동네와는 다르게 컴퓨터학원과 게임상가가 몇몇 보이더군요. 상가에서 MSX게임을 틀어놨는데.. 일러스트가 그려진 팩 케이스와 게임을 보면서 한참 구경을 했습니다. 어느 토요일엔 친구가 다니던 학원에 같이가서 왕의계곡, 마성전설, 남극탐험, 보글보글 등의 MSX게임을 공짜로 했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조금 미안하더라고요..
우주선 모양의 재믹스 (이미지 출처 - http://nemo.naver.com/nemo/7731/13)
이건 이사오고 1년뒤인 6학년때 일이지만 어느날 친구집에 놀러가보니 재믹스 게임기가 있더군요. 처음으로 가정용 게임기를 구경한건데 빨간색과 스틱이 인상적답니다. 이사오면서 챙기지 못해 잃어버린 MSX팩이 떠올랐죠.
친구는 병아리를 몰고다니며 구출하는 Flicky와 코나미 슈팅 Salamander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오락실 게임을 집에서 할 수 있는 친구가 부럽더군요. 친구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 보기만 하고 껐는데 MSX 게임은 엑스리온이나 빵공장 빼고는 거의 이렇게 맛보기만 했었네요. 제가 아는 게임들도 아마 이게 다일겁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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