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나타내는 위치를 보고 컬러 맞추기가 꽤 까다로왔던 암호표
위 그림을 보고 어떤 게임이 딱 떠오르신다면... 네 올드유저입니다 ㅎ 바로 미래전쟁이죠. 제목에 끌려 덥썩 카피해와 친구와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든.. 처음 접한 어드벤처 게임이었답니다.
비행접시가 사람들을 레이저로 태워버리던 멋진 오프닝. 그림 몇장이 아닌..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나오는 게임은 처음봤기에 몰입되고 신기했었는데.. 미래전쟁이라는 제목에 맞게 SF영화같은 내용일것 같아 무지 기대되더군요.
하지만 시작화면은 상상했던것과 다르게 청소부가 빌딩 유리를 닦는 장면이었습니다. 유리창엔 해질녘의 삭막한 도시가 비춰지는데 그래픽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굉장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더군요. 금방이라도 외계인들이 쳐들어와 지구가 망할것같은 분위기..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케이드만 즐겨왔던 저는 이런 게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며칠간 헤멨죠. 게임 시작시 물어보는 암호가 꽤 까다로운데다 첫 장면에서 며칠이나 진행을 못하면 포기하고도 남았을법 한데.. 이상하게 제대로 해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들더군요. 그러다 친구에게 게임잡지에서 복사해 글자가 흐릿한 메뉴얼 여러장을 얻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니 정말 짜릿했죠! 메뉴얼 그대로만 해도 게임속 상황에 푹 빠지는게.. 이게 바로 어드벤처의 맛이라는걸 알았습니다.
마지막 총격전은 몇시간이나 걸리는등.. 제 친구와 며칠간 힘들게 공략을 해서 엔딩을 보고나니 긴 영화 한편을 본듯하더군요 (제작사가 그 유명한 Another World의 Delphine소프트.. 어나더월드 역시 미래전쟁과 거의 흡사한 느낌을 주던 영화같은 게임이었죠) 스샷을 찍느라 다 까먹은거 버벅여가며 조금 해봤는데 옛날 생각이 나면서 재밌네요.
에코퀘스트, 샘과 맥스, 원숭이 섬의 비밀, 키란디아의 전설, 인디아나존스.. 게임 잡지에서 이런 어드벤처 게임들의 리뷰를 볼때마다 정말 그 어떤 게임들보다 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손을 못대겠더군요. 요즘은 영어 해석해가며 할 수 있지만 당시엔 영어가 지렁이로만 보였고.. 단순함을 좋아하는 제 성격상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풀어나가야 하는 어드벤처 게임은 잘 엄두가 안났습니다. 붙잡고 해보면 분명 미래전쟁처럼 재밌었을텐데 모험심이 부족했죠..
친구의 행동이 황당해서 이게 재밌냐고 물어보니.. 친구는 저도 안쳐다본채 게임에 푹 빠져서 무지 재밌다고 하는겁니다. 이걸 기회로 저도 조금 하다보니 점점 방법을 알게되고 완전 빠져들었죠. 나중엔 친구들끼리 순서를 기다려가며 4인용을 했을만큼 삼국지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이 게임은 몇년간 인기가 없을수가 없더라고요.
정겨운 음악 (허저.. 불쌍..)
삼국지2, 3가 인기를 끌고 한~~참이나 지난 94~5년쯤 비스코에서 KOEI와 계약을 맺고 삼국지2, 3 한글판을 출시했었죠. 그 시절에 3가 나오는것도 이해가 안갈정도인데 2를 출시한다는건 정말 희안하더군요. 더 의아했던건 그 시절의 최신 게임들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었죠. 최신게임이 3~4만원 정도였다면 삼국지2는 6~8만원? 가격은 정확하진 않지만 제 기억엔 참 배짱 두둑한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에서 구한 한글판을 해보니 그때 그렇게 출시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영문판으로 하는것보다 재밌더군요. 320해상도에서 한글을 표현하느라 커진 폰트크기가 아쉽지만.. Pctools로 FF로 바꿔서 장수들의 무력을 255로 만들기도 했는데 1:1대결시 이상하게 제구실을 못하고 팍팍 깍이던게 생각나네요. 장비 지능을 제갈량으로 정말 일일이 교육시켜 99까지 만들었는데 화계가 잘 안나가는걸 보고 삽질했다는 허망함도 느껴봤고..
둠의 모태 (음악 후반부에 엄청 리얼한 스테레오 효과음이..)
어느날 친구의 아는 형이 운영하던 컴퓨터 가게를 친구와 함께 갔었는데 정말 놀라운 게임을 봤답니다. 배경이 완전 3차원이고.. 총으로 적을 조준해서 죽인다는 게임 방식이 제 시선을 확 끌었는데.. 문을 열때마다 들리는 우르릉 콰광~하는 에코섞인 사운드와.. 총소리.. 개소리.. 비명소리등이 너무 리얼해서 정말 숨죽이고 구경했네요. FPS의 원조인 ID Software의 울펜스타인3D와 말로만 듣던 사운드블래스터의 효과음을 접해본 것이죠.
게임 자체도 놀라웠지만 실제같은 효과음이 신기하더군요. 이 게임 덕분에 말로만 듣던 사운드 블래스터의 위용을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게임 분위기 자체도 무서웠지만 캐릭터 얼굴이 총맞을때마다 피가 흐르면서 점점 무섭게 변하는게.. 페르시아왕자보다 더 무섭더군요. 요즘 해보면 왜 예전같지 않게 멀미가 나는지.. 지금 음악만 들어도 멀미가 나는듯 합니다.
희안한건 울펜3D를 할땐 멀미라는걸 몰랐는데.. 94년 둠을 하다가 울펜3D를 해보니 멀미가 나더군요.. 99년 퀘이크3를 하다가 둠을 하니 또 멀미가.. 2001년 시리어스 샘을 하다가 퀘이크3를 하니 멀미가... 2005년 하프라이프2를 하니 정말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최악의 멀미가...(이 게임은 30분을 누워있어도 멀미가 가라앉지 않더군요)
그래서 유일하게 멀미가 안나는 시리어스샘 시리즈를 제외한 FPS는 끊었습니다 ㅋ 사실 FPS라는 장르도 남들이 잘 안하던 2001년 정도까지만 재미있었지 그 이후론 어떤 게임을 봐도 무감각해지더군요. 퀘이크3의 혁명적인 그래픽과.. 다이렉트X 8.1 그래픽의 진수를 보여주던 시리어스샘1 까지가 제겐 무척 흥분되던 시절이었습니다.
(13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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