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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현재...../게임

컴퓨터와 게임에 대한 추억 #14 (1992년.. 오락실 안부럽던 각종 아케이드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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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US는 고인돌, 블루스 브라더스에 이어 92년 폭스(FOX)를 출시했었죠. 오락실 게임같은 아케이드 장르를 좋아하던 제게 TITUS는 오락실의 캡콤처럼 내놓는 작품마다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는데.. 컴퓨터 잡지에서 이 폭스 타이틀을 봤을땐 와! 진짜 마음에 들고 정말 기대치 200%였습니다. 여우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면서 타이틀 화면이 너무 좋아 연필로 종이에 그려보고.. 2D그래픽툴 디럭스페인트로 끄적거려봤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까지도.. 도스박스에서 FOX를 치고 이 타이틀이 딱 나오면 항상 설레인답니다.. 생각해보면 고인돌이나 블루스 브라더스 역시 타이투스사의 빨간 여우 마크나 게임 화면이 떡! 하고 나오면 무지 설레이는데.. 정말 제 코드에 딱 맞는 게임들인것 같습니다 :) 폭스의 타이틀 음악은 매번 들을때마다 묘한 신비감과 함께 기분을 들뜨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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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때 누군가 하고있던 폭스의 지하철 스테이지와 귀에 쏙 들어오던 멜로디

며칠뒤 컴퓨터 가게에 갔는데 마침 누군가 폭스를 하고 있더군요 (가게에선 컴퓨터로 인기게임이나 신작을 항상 틀어놓고 카피하러 오는 아이들을 유혹했습니다.. 유혹하니 요즘 미쳐서 즐겨보는 아내의 유혹이 쌩뚱맞게 떠오르고.. 가게에 노래방 책자처럼 커다란 카피 가능 게임LIST 책자가 있던 생각이 나네요)

폭스는 정말 기대하던대로 캐릭터 생김새나 행동이 무지 귀엽고 게임 스타일도 굉장히 재밌어보였죠. 2인용이 아니라는게 아쉬웠지만 TITUS사 특유의 그래픽.. 음악.. 더 부드러워진 프레임.. 완전 오락실 게임이더군요. 폭스는 스케일이 많이 커지고 난이도가 높아졌는데 이게 좀더 심취할 수 있게만드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전작들처럼 맘편히 부담없이 즐기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제 동생은 폭스를 싫어하더군요.. 제가 한번 잡으면 꽤 오래 붙잡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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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컴보이로 슈퍼마리오3 에 빠져있을때라 폭스는 공략에 심취하지 못해서 열몇판 정도밖에 못가봤네요. 적들을 뒤에서 잡아 올릴 수 있었는데 이게 참 웃기고 자꾸만 해보고 싶더라고요.. 이때만 해도 아이같은 마인드가 있었나봅니다. 배경엔 별이 반짝거리거나.. 창문에 불이 켜지고.. 연기가 나는 등.. TITUS의 게임들은 마치 캡콤게임을 하는듯 다른 게임들보다 뛰어난 세밀함이 느껴집니다(폭스 이후의 타이투스의 게임은 뭐가있는지.. 아쉽지만)

그리고 타이투스의 게임들은 다른 게임들과는 분명 다르게.. 게임속의 그래픽이나 COLOR에 굉장히 인상적인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블루스 브라더스의 빨간 풍선.. 클리어마다 생기던 X마킹.. 고인돌 첫판 회색동굴, 녹색 공룡왕, 2판 까만 밤하늘과 얼음.. 막판 어둡고 우울한 용암동굴.. 폭스의 전체적인 갈색 느낌.. 정말 셀수없이 많아 다 언급하지 못하는  뛰어난 색상선택부드러운 입체감이 느껴지는 타이투스만의 그래픽 스타일이 있었죠(이 포스트에 실린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다른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약간 무미건조한 느낌이 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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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는 사실 출시되기 이전에 목타르라는 타이틀로 먼저 출시됐었답니다. 해외 수출문제로 캐릭터를 타이투스사의 마크인 여우로 바꿨다고 들은 기억이 나는데.. 주인공 컨셉이 아랍인이라 그런지 게임음악에서 알리바바풍 냄새가 나는것 같죠. 게임내에선 아랍 분위기를 별로 느낄 수 없는것 같은데.. 음악이 게임과 잘 어울리고 좋은건 변함없습니다. 당시 목타르도 해봤었는데 캐릭터만 다를뿐 별다른 차이점은 못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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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가 참 좋았던 음악

별 기대안하고 카피해왔는데 생각지 못한 대박 게임이던 바이킹 소년.. 오락실 원더보이2에 사죽을 못쓰던 시절이었기에 짝퉁같은 이 게임은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죠. 음악을 들을때마다 유치원때부터 오락실을 함께 다닌 친구가 끝판을 못보고 가면서 아쉬워하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는 게임 소질이 있어서 손대는 게임마다 도가 텄었는데.. 친구가 먼 동네서 몇달마다 놀러오면 못깨던 어려운 게임들도 깨게되고.. 게임이 더 재밌고..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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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좀 진행하다보면 당시 그 친구와 즐겼던 그 순간의 기억이나 느낌들이 생각날것 같은데.. 지금 친구가 이 세상에 없어서인지 이 게임은 나중에 천천히 해봐야 겠습니다. 만약 블로그를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지금 추억시리즈에서 다루는 모든 게임들을 하나 하나 일일이 포스팅할 생각인데 그때를 기약해야겠네요.. 당시 원더보이를 좋아했던 분들은 이 게임화면의 인터페이스를 보고 당시 얼마나 흥분됐을지 이해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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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관은 동생 친구가 카피해준건데.. 동양적인 느낌이 웬지 대만게임일것 같아 별 기대를 안했지만.. 해보니 와.. 재밌더군요. 오락실 스트리트파이터2에 대한 욕구를 PC에서 풀 수 있게 해줬던 2인용 대전게임이었죠. 이전까지 PC대전게임은 80년대 컴퓨터학원에서 해본 빈약한 그래픽의 레슬링밖에 없었는데 화려한 그래픽의 무도관은 첫 인상과 달리 정말 흥미로운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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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태권도인줄 알았던 가라데와.. 쌍절봉.. 검도.. 봉술.. 무엇보다 이 게임은 스파2처럼 음성이 나오는게 신기했습니다. 그것도 PC비프음으로... 사블의 음성처럼 맑고 깨끗한 음은 아니었지만.. 사블 뺨칠만큼 명확한 음성이었죠(도스박스로 돌려보세요) 당시 PC에서 음성이 나오는건 정말 신기하기만 하던 시절이었기에 정말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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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딱 보면 대만은 커녕 일본풍이 확 느껴지지만 당시엔 그런걸 몰랐었죠. 스파2의 혼다를 보면서도 목욕탕 때밀이만 떠올랐으니.. 사실 어릴때 즐긴 오락실 게임들은 거의 다 일본 제작사들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일본문화들이 많이 보였지만 그땐 그런걸 몰랐습니다. 일본 문화가 한국과 꽤 비슷하니.. 다 한국식으로 받아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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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잡지에서 본 만화같은 심프슨 가족은(당시 이렇게 불렀네요) 저를 참 설레이게 하더군요.. 잡지에서 용의 굴 같은 만화 그래픽의 게임을 보고.. 컴퓨터에서 정말 이런 만화가 보여지는건가? 하는 환상을 갖고있던 제게 심슨가족의 그래픽은 정말 끌렸습니다. 이때까지도 만화에 대한 동경심이 남아있던 시절이라 그랬나봅니다..

제가 추억시리즈에서 거의 모든 게임마다 설레이거나 흥분됐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정말 당시엔 게임 하나하나가 다 그랬답니다. 게임하면 사죽을 못쓰던 어릴때라 가능한 일이었죠.. 머리에 피가 마르고 VGA, 애들립, 미디사운드에 익숙해진 90년대 중반 이후의 게임들에는 이런 표현도 잘 안쓰게 될것 같네요.. 소개할 게임도 별로 없을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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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유괴되는 과정이 웃겼죠.. 애니메이션 그래픽이 제겐 정말 환상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 도트가 그대로 보여지는 KONAMI 특유의 그림체가 참 끌렸는데 오락실의 버키오헤어라는 게임도 그런 이유로 무척 좋아했었죠. 초딩 졸업후 만화에는 점점 흥미가 사라진 중학생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절까지는 일요일 아침에 버키오헤어나 저녁에 통키를 챙겨보면서 제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만화를 즐겼던 시절이었네요.

그러면 제가 게임에서 만화 그림체를 좋아하느냐? 아닙니다.. 스파2, 파이널파이트(CPS1)같은 캡콤의 그래픽을 좋아했던 저는 스파제로시리즈부터 적용된 만화 그림체를 정말 싫어했죠. 개인적인 느낌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시길.. 또 태클꺼리 생겼다 하고 신나서 악플다는분은 제 블로그에 다신 못오도록 IP차단할겁니다 (농담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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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싸우는데 오락하는 소년.. 아줌마의 문열어제끼기.. 가로등의 웃긴 새.. 코믹한 음악.. 정말 매력만점게임

컴퓨터 가게에서 심슨가족을 카피해왔는데.. 이건 잡지에서 보던 그 심슨가족이 아니더군요. 당시 심슨가족이라는 제목을 가진 게임이 두개가 있었는데 카피해온건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심슨가족과 비슷한 제목의 게임을 찾아 이것저것 카피하다보니 제트슨 가족이라는 게임도 해본적도 있고.. 이렇게 이 게임을 구하기 어려웠죠. 이 게임이 정말 나오긴 한건가? 라는 의구심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와 용산 전자상가 구경을 갔는데.. 뜻밖에도 이 게임을 틀어놓은 가게가 보이더군요! 와..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만화 그래픽이 정말 흥분되고.. 잡지에서 보고 환상만 가졌던 바트의 회오리 기술을 실제로 보니 정말 살것같았습니다 (심슨가족은 오락실에 있던 게임인데.. 저는 오락실 게임이 PC로 나오면 정말 이렇게 사죽을 못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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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결국 이 게임을 구해서 신나게 즐겼는데.. 오락실처럼 4인용이 아닌 2인용이었지만.. 개인적으로 PC판의 적절하게 쉬운 난이도가 코나미의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네요. 오락실은 너무 어려워서 3판밖에 못갔죠.. 게임은 보통 어려울수록 더 재밌어야 하는데 심슨가족은 이상하게 오락실껀 별 재미없고 PC판이 더욱 재밌었습니다.

당시 심슨가족이 있던 오락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인기 보증수표인 코나미 게임을 오락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는건 아마 게임성에 타격을 주는 난이도 때문이지 않았나 싶어요. 오락실은 놀이동산 곰이 성나서 뛰쳐나오고.. 우리편끼리 합동 기술을 쓸 수 있는등 더 다양한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PC판은 이런것만 빼면 컨버전완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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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코믹한 게임 분위기와 딱 어울리던 음악.. 멜로디가 너무 귀엽죠 ㅋ

제 친구들 사이에서도 심슨가족의 인기는 무지 좋아서 제 삼총사 친구들은 매일 끝판까지 즐기다 갔는데.. 플레이타임이 길어서 한번 잡으면 끝판까지 꽤 오랜시간 즐겼던것 같네요. 게임 스타일이 닌자거북이1 처럼 주로 날아차기나 A+B버튼을 자주 썼고.. 적을 킬한 숫자가 기록되어 서로 경쟁하는 재미도 장난 아니었습니다. 코나미 게임들은 이런 경쟁하는 재미가 있어서 제가 무지 좋아했었죠. 캡콤과 코나미는 제가 정말 좋아하던 제작사.. (저 뿐만이겠습니까? ^^)

VGA 컬러모니터에서 펼쳐지던 화려한 만화 그래픽.. 코믹하고 밝은 분위기.. 게임과 잘 어울리던 음악으로 무장한 심슨가족은 정말 최고의 2인용 아케이드 게임이었죠. A(공격), B(점프)와 A+B(특수기술) 밖에 없지만.. 패미컴 게임처럼 A, B버튼만 있어도 무척 재밌는 게임성.. 2인용이 제맛이라 혼자서는 잘 안하게 되서 92년 이후로 처음 해봤는데 여전히 재밌더라고요. 92년에는 이런 아케이드 게임들 덕분에 오락실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죠.. 스파2, 용호의권1 때문에 오락실에 안갈 수는 없었지만 ㅎㅎ

(15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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