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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현재...../게임

컴퓨터와 게임에 대한 추억 #16 (1993년.. Another World 어나더월드)


명품 Another World 오프닝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세요)

93년은 또 다른 세계(Another World)에 빠지게 되었죠. 일반 아케이드 게임인줄 알았는데 오프닝부터 시선을 붙잡더니.. 게임내내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듯한 스토리 흡입력으로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마치 아내의 유혹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미래전쟁을 만들었던 Delphine Software 의 작품으로.. 당시 게임 잡지에서 루카스아츠, 시에라의 수많은 어드벤처 게임들을 볼때마다 많은 환상을 가지고 끄적거려 봤었지만 제대로 해본건 하나도 없던 저를.. 유일하게 끝판까지 플레이하도록 만든게 델핀소프트의 두 게임이었죠. SF를 좋아하는 제 취향에 맞기도 했지만 뭔가 끌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하다가.. 4차원의 세계로 빠져.. 버렸어~
두 컷만 봐도 스토리가 파악되는게 아내의 유혹 맞죠

이 게임의 명품 애니메이션 오프닝은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컴으로 동영상을 보던 시절이 아니라(avi, mpg존재도 몰랐죠) 게임에서 이런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환장했었습니다. 전 애니를 보는 취미도 없고.. TV에서 하는 만화도 초딩때까지만 즐겨봤었는데.. 당시 게임에서 이렇게 화면을 꽉 채우는 애니메이션 연출은 이상하게 무척 끌리더군요. 어나더월드를 어떻게 구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렇게 대박인줄 몰랐다가 놀랬던 기억은 생생하네요.




이 시절 애들립카드를 아는 동생에게 팔고 사운드 블래스터와 90% 이상의 호환성을 내세워 광고하던 옥소리 사운드카드를 구입해 게임에서 효과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의 차소리, 번개소리, 캔따는소리 정말 환상이었고 영화가 따로 없었죠. 사블이 무지 비쌌던 반면 옥소리는 적절한 가격에 노래방 부가기능도 있었는데.. 옥소리라는 명칭은 개인적으로 Hardware같지 않고 좋게 말해서 조금 웃겼지만.. 성능은 GOOD 이었죠. 이 시절부터 VGA, 사운드카드로 게임 퀄리티가 대폭 높아지게 되면서 TV, 비디오도 잘 안보게 되더군요. 게임은 내가 직접 조종하는거니 그 어떤것보다 재밌었습니다.

** 애들립을 팔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했는데.. 동생 부모님이 제 얼굴을 직접 봐야 사주겠다고 하셔서 저녁때쯤 동생네 집에가서 제 얼굴을 확인시켜드리느라 괜시리 마음떨렸던 기억이 나네요.. 학생인데 천원도 큰돈이었으니 몇만원이 오가는 거래는 그럴만 했죠.. 저도 떨렸고.. 그 동생 형제들은 신나서 기대에찬 표정으로 부모님한테 빨리 허락해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음성이 나오는 옥소리로 업글할 생각에 들떴고... **

컴퓨터를 구입하기 전에는 컴 대신 게임기를 사달라고 하면 좀 더 쉽게 부모님께 허락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이렇게 사운드 카드 업글을 해보니 컴퓨터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카피해서 쉽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컴퓨터게임.. 부품 업그레이드의 놀라움.. 이런 컴퓨터의 매력은 콘솔겜의 간편함, 퀄리티조차 부럽지 않았습니다. 제가 유치원때부터 게임에 빠졌었지만 이런 이유로 게임기는 한번도 구입을 못해봤네요.



  짱나는 공격 스타일의 거머리.. (플레이버튼 클릭)
죽는 연출은 왜 이리 긴지 자꾸 자꾸 죽다보면 짜증 500% ㅋㅋ


그런데 어나더월드는 무척 어려워서 메뉴얼 없이는 엄청 죽을 각오를 해야합니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한번에 통과할 수 없는 함정들 천지인데.. 어드벤처 게임은 생각할 여유라도 있지만 이건 실시간 액션 + 어드벤처라 매번 죽게되더군요 ㅋㅋ 물속에서 나오는 첫 장면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일단 촉수한테 붙잡혀 죽는걸 시작으로.. 매번 죽을때마다 첫장면부터 다시 시작되는데.. 지쳐 넋놓고 있다가 촉수한테 끌려가 많이도 죽었습니다.


(이 고양이마리오만큼 극악은 아니지만.. 이런식으로 방식을 외워야 하죠..)

첫판을 며칠동안 못깨다가 결국 메뉴얼을 참조해서 겨우 첫판을 넘겼죠. 당시 방과후 게임을 많이 해봐야 하루에 한 두시간.. 두~세시간 정도밖에 못했는데.. 요즘처럼 pc방이 있던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게임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죠. 지금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워낙 안좋았고.. 그 다음해 인문계고를 가야한다는 공부의 압박...



다른게임 같았으면 벌레를 무시하고 지나가는게 빠를법 하지만..
이 게임은 사소한거 하나하나가 죽음으로 치닫게 만듭니다

당시 게임잡지에서 이 게임은 벡터 방식의 그래픽이라고 하던 생각이 나는데 벡터 그래픽 하면 비트맵 방식과 다르게 회전,확대,축소시 깔끔한.. 몇년뒤에 나오는 버추어파이터처럼 투박하지만 입체감도 느껴지고 당시로썬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의 그래픽이었죠. 비슷한 그래픽의 게임으로는 Alone in the Dark, 4D복싱이 떠오르는데 이렇게 벡터그래픽으로 3D효과를 낸게 폴리곤인가요.. 모르겠네요. 이런 게임외적 지식은 개념은 대강 아는데 정확한 용어 설명엔 자신없습니다.



  격투나 아케이드 게임류 조작은 자신있지만
이런 어드벤처 스타일 공략하는건 부담이 크더군요.
그래도 항상 동경했던 장르 어드벤처..


게임 중간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 scene

좌우 키보드를 번갈아 누르면 철창이 흔들~ 흔들~ 이 사소한 방법조차 알아내기 쉽지 않았던..
함께 잡혀있던 동료가 어깨를 툭툭 치며 날 따르라~ 라고 하는데 친구랑 대폭소하며 따라했죠.

따라가면서 총을 재빨리 집어야 하는데.. 안집고 따라가면...... die...
이 게임은 정말 엄청나게 죽어봐야 합니다

동료가 문을 딸동안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갓 시작단계인 이곳까지 오는데도 무척 오래걸렸죠
하지만 아무리 죽어도 지겹지 않은 대단한 흡입력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오랫만에 해서 그런가... 켜주지 해서 안혀..

간단히 소개하려고만 했는데 쓰다보니 어마어마한 분량이네요. 끝까지 공략하려면 몇십부에 걸쳐 써야할것 같은데.. 나중을 기약해야겠습니다. 미래전쟁이나 이 게임이나 엔딩까지 가려면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했기에 엔딩은 한번밖에 못봤는데.. 93년 엔딩을 본 이후 오랫만에 하니 손가락이 예전같지 않네요.

두판부턴 거의 기억도 잘 안나지만 게임내내 느껴지던 동료와의 우정은 기억나네요. 몇년전 반지원정대를 보고 쌤이 프로도를 쫓아가려다 물에 빠지는걸 보면서 생전 영화보다 두번째로 울컥했는데.. 마치 그런 훈훈한 기분이랄까요. 제 닉네임은 그런 샘와이즈가 좋아 만들었고 이때 나오는 The breaking of the fellowship(음악듣기)은 잊을 수 없는 ost입니다.



게임잡지에서 보고 '와 이런 장면들이 진짜 영화처럼 움직이나' 기대에 부풀게 했던..


당시엔 넋놓고 봤는데 지금보니 허접해보이는..

당시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었던 이연걸 임청하의 동방불패(똥~빵~불~패)는 비디오로 많이 보고 몇년전 영화DVD도 구입했을만큼 제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쭝국영화였는데.. 처음엔 게임내 모든 과정이 애니메이션 격투장면들로만 이루어진 게임인줄 알고 무지 기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것과 달리 롤플레잉(RPG) 게임이더군요.

이 시절부터 저작권이 강화되어 예전처럼 가게에서 아무 게임이나 손쉽게 게임을 카피할 수 없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RPG는 어드벤처보다 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RPG 게임들의 스크린샷을 볼때마다 이런류의 게임들은 도통 재미가 없어보여 무조건 스킵해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역시 경험해보지도 않고 편견을 갖는건 무섭죠.. 디아블로나 와우같은 온라인 게임들도 액션성이 들어간 롤플레잉.. 롤플레잉이 얼마나 중독성있고 폐인만드는 무서운 장르인데 ㅋ

게임잡지에서는 동방불패에 대해 혹평을 했던것 같은데.. 사실 저는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이 게임이 정말 재미없겠냐 싶었지만.. 요즘 해보니 조작도 힘들고 생각보다 별로더군요. 1997년 '크로노트리거' 같은 명품 게임을 통해 RPG의 재미를 깨달아버린 저였기에 제 아무리 고전게임이라도 이런 수준의 게임이라면 용서 못해...

(17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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