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은 최초의 상용 국산게임 폭스레인저로 국내 게임계가 들썩였답니다. 컴퓨터 잡지 마이컴에서 봤던 폭스레인저의 게임 스크린샷은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게임을 보는듯 대단하더군요. 이런 열망으로 용돈을 모아 동네 가게에서 거금 15,000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MSX 엑스리온 이후 두번째로 정품게임을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laverne/50015611830)
그런데 집에와서 폭스레인저를 설치하니 실행이 안되더군요. 교환하러 가니 인스톨은 제대로 했냐면서 테스트하는데.. 희안하게 거기선 실행이 되었습니다. 결국 교환을 못받았죠.. 나중에 알았지만 폭스레인저는 3회 설치제한 락이 걸려있었는데 그 악덕업주 아줌마가 3회 복사를 한걸 제게 팔았던 것이죠. 케이스도 밀봉해서 팔만한 재질이 아니었습니다.
어릴땐 컴퓨터를 잘 몰라 아줌마가 이런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줄때마다 창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창피했는지.. 카피하러 가기 싫어 제 동생에게 심부름돈까지 얹어주면 동생놈은 3000원주고 복사한걸 제게 1~2만원이라 삥땅치고.. 그걸 그냥 믿어준 저도 순진했죠. 제가 PC통신을 하기 전까지 제 돈은 이렇게 두 사기꾼에 의해 술술..
정품을 구입하고도 못하던 폭스레인저는 얼마후 크랙의 등장으로 친구에게 복사해서 할 수 있었습니다. 폭스레인저는 사실 적들이 움직임이 그냥 자기 갈길만 가면서 총알만 쏘는 등 단순하지만.. 다양한 무기로 적을 쓸어버리는 재미가 있었죠. 당시엔 엄청 화려한 그래픽과 음악으로.. 정말 컴퓨터에서 이런 게임이 돌아간다는것 자체가 무지 신기했답니다.
멋진 배경.. 화려한 미사일.. 정말 멋져보였던 폭스레인저
이후에도 박스레인저, 그날이오면3 같은 비행기게임을 구입했었는데.. 어느날 가게 아줌마가 슈팅 좋아하네? 라는 말을 하기 전까진 비행기게임을 슈팅이라고 하는줄 몰랐답니다. 어느날은 친구와 게임을 카피하러 갔는데 친구가 아줌마한테 이 게임은 장르가 뭐냐고 물어보는걸 보고.. 와 나도 앞으론 저렇게 물어보면 아줌마한테 꿀리지 않겠다라는 기쁨과 함께.. 학교에서 공부는 나하고 비슷했던 친구가 왜 그리 똑똑해 보이던지.. 게임잡지를 즐겨보고 패미컴도 빌려줬던 그 친구였죠.
이 시절 다운레이더라는 대만의 슈팅게임도 있었는데.. 오락실의 1943과 스카이솔져를 짬봉시킨듯 했죠. 오락실의 에어버스터를 연상케하는 하얀 연기가 보이는 유도탄이 얼마나 멋져보이던지.. 당시엔 대만게임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려고 했었지만 재미 하나는 확실했습니다. 2인용이라는 엄청난 장점에.. 무기 업그레이드가 굉장히 다양하고.. 나중엔 비행기 업그레이드까지.. 지금 해봐도 PC판 Striker's 1945 라고 해도 될 만큼 재밌습니다.. 음악이 없어서 조금 심심하지만...
Accolade사의 하드볼3는 사실적이고 3D 화면을 흉내낸 훌륭한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었죠. 전 구기종목을 원체 안좋아하고 유도나 씨름같은 운동을 좋아하는데.. 축구, 농구와 다르게 야구는 재밌더군요. 이 게임을 통해 투수가 어떤 종류의 공들을 던질 수 있는지 알게되었고 야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나중엔 배구의 맛도 알게되어 광팬이 되었는데.. 군대에선 강제로 축구만 하고.. 게임으로도 축구, 농구만 주로 나오니 안습이죠.
하계올림픽도 역시 Accolade사의 작품으로 재밌게 했었는데.. 특히 양궁은 티비로 볼때보다 이 게임을 해보면 왜 힘든 스포츠인지 체감하게 됩니다 ㅋㅋ 조준점이 막 흔들리는데.. 실제 사람의 시력과 손떨림을 멋지게 게임화시킨것 같더군요. 싸이클, 창던지기, 장대 높이뛰기, 요트, 허들, 승마.. 등등 역시 3D 화면을 흉내내어 사실감있고 다양한 종목이 준비되어있는 완벽한 올림픽 게임이었죠.
역시 같은 제작사의 동계 올림픽도.. 봅슬레이, 스피드 스케이팅, 스키점프 등등 진짜 화면만 봐도 시원해 보이는 다양한 종목을 즐길 수 있었죠. 이 게임에선 빙판의 시원한 느낌 때문인지 3D효과가 더욱 체감되었던것 같아요. 어콜레이드사는 이런 사실적인 스포츠 종목만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배경음악 없이 조용하게 게임하다가 선수들이 파이팅하거나 성질내는 행동이 웃겼던 해변의 배구. 오락실의 파워 스파이크와 비교하면.. 스파이크만 가능하지만.. 일단 시점이 코트를 다 볼 수 있고 공도 느린편이라 꽤 재밌던 게임이죠. 2인용시 같은 팀을 이루면 서로 왜 그공을 못받냐고 구박하고(니가 받았어야지.. 등등 ㅋ) 다른 팀을 이루면 상대편 컴퓨터가 실수할때마다 아주 통쾌하고.. 참 재밌던 게임이었습니다. 버그성으로 잔상을 남기는 서브를 넣을 수도 있죠.
컴퓨터를 구입하고 이런 게임들을 1~3000원씩 주고 카피해서 즐겼던 기억.. 허큘리스의 잔상과 녹색이 아닌.. 빠릿한 속도와 컬러풀한 그래픽에 감탄하던 기억때문에 전부 제게는 잊을 수 없는 게임들이랍니다.
(10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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