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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현재...../은하철도999

은하철도 999.. 매일 만화를 기다리던 어린시절로..

은하철도999 메텔

80년대초반 4~5살때 시골 외갓집에서 봤던 은하철도999.. 은하철도가 하는 시간이면 놀다가 티비보러 달려간것.. 노래 따라부른것.. 우주.. 기차같은 몇몇 이미지들만 제 머리에 남아있었죠. 1996년 MBC에서 은하철도를 재방영했는데 92년 통키를 끝으로 TV만화는 잘 안보게 된데다가 그 나이땐 아직 추억이라는걸 그리워하지 않았었는지 당시에 한번도 못챙겨봤습니다. 밤10시가 넘어야 하교를 하던 고3 이었으니 볼 여유도 없었고요.



은하철도999 철이

그런데 올 여름부터 EBS에서 은하철도999를 방영해준다고 광고를 하더군요~ (월-금 PM 7:25 , 일 AM 10:00 전편 재방송) 어떤 만화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던 참에 한번 보게되었는데.. 그 이후로 어릴때 매일 메칸더V를 기다렸던것처럼.. 매일 은하철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약녹화까지 해가며 한회도 안빼놓고 다 챙겨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은하철도 999를 보다보면 제 머리속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외갓집에서 놀던 아기때의 추억이 되살아나는것인지..
아니면 7~80년대풍 그림체가 향수를 자극해서인지..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들이 좋아서인지.. 이상하게 눈물이 나옵니다.



은하철도999 차장아저씨

갓난아기땐 엄마 찾으러 기차타고 우주 여행을 하는 내용의 만화인줄 알았고.. 만화라면 사죽을 못쓰던 나이였기에 그냥 999를 좋아했지만.. 요즘 보면서 느끼는점은 20대 중반을 넘어서 봐야 진정한 가치를 알게될만한 만화라는 생각이에요.

현재 21세기는 많은 발전을 했지만 빈부격차로 인한 빈곤층의 자괴감은 점점 커지고 있고.. 초반엔 획기적인 정보 전달과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가져왔던 네트워크 기술이 널리 보급화되면서 인간의 악의 본능을 제약없이 발휘하며 서로 상처주거나 간접 살인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것처럼(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생기는 부작용들..

부,명예,권력등 원하는걸 얻을 수록 더 많은 욕심이 생기는 인간의 본능.. 예전보다 살기는 좋아졌지만 점점 메말라가는 인간관계와 행복을 못느끼는 행복지수의 추락..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 강한자가 약한자를 잡아먹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자연의 법칙이 깨질 경우 등등.. 이러한 인간과 자연계의 본질과 물질만능주의 현대사회의 단면들이 이 만화가 풍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랄까요.




매회 마지막에서 철이와 메텔의 대화.. 나래이션과 음악을 듣다보면 괜시리 눈물이

1978년에 만들어진 이 만화는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들을 너무 잘 그려냈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게 만듭니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한 20년? 이상 앞서갈때라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큰 공감을 받으며 많은 성인들에게 인기를 누리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TV가 많이 퍼지지도 못했고 만화는 어린이들이나 보는거라는 인식때문에 오히려 이 만화의 진정한 시청자가 되었어야할 성인들은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을것 같습니다. 김국환씨의 은하철도999 주제가 덕분에 이 만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겠지만 말이죠. 물론 이는 제가 당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는것이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도 오로지 희망만 바라보며 일하던 우리나라 80년대 초반보다는.. 이제 먹고 살만해져 현대 사회의 이면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생긴 2008년 지금 보는것이 더 와닿을만한 만화라는 생각이 들고 다행이 지금 EBS에서 재방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합니다. (87년까지 조그만 흑백티비를 보다가 88올림픽때 처음으로 컬러티비를 봤었는데 지금은 디지털방송으로 은하철도를 보고 있네요..)



은하철도999
그립고 반가운 7~80년대 그림체.. 고전게임이 그리운것과 마찬가지일까요? 짱구한테서는 느낄 수 없는 향수

그런데 은하철도999를 보기 전에 인터넷에서 은하철도999는 우울한 내용이다.. 암울하다.. 이렇게 평가하는걸 가끔 봤었습니다. 막상 만화를 보니 그런 평가들은 만화를 보기도 전에 많은 편견과 오해를 낳을것 같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힘들더군요. 딥 임팩트는 우울하고 아마겟돈은 신나는 영화라고 하는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할까요.

저같은 경우는 딥임팩트를 보면서 우울하다기 보다는 그 진지함에 푹 몰입되었고 보고나니 여운이 참 길게 남는 영화였습니다. 999역시 애들이 보는 하나의 만화같고 해피엔딩이나 밝은 내용만을 다루는건 아니지만 옵니버스 형식으로 한편 한편마다 긴 여운을 주는 만화같더군요. 그냥 우울, 암울이라는 짧은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은하철도999
정겨운 7,80년대 소년 소녀의 모습들.. 우리나라에도 길동이, 오달자 가 있었죠.

예전에 교양수업시간에 공각기동대나 붉은돼지.. 기타 명작 애니들을 봤었는데 도통 재미를 못느끼고 뭔말인지 몰라 잠만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뭔가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만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아니 애니메이션 자체가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고 인터넷에서 은하철도999에 대해 철학적이고 우울하다는 말을 들었을땐 제 취향에 안맞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999는 저처럼 복잡한걸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니나 영심이처럼 이해하기 쉬운 만화였고 보고나면 웬지 가슴 한켠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게 하더라구요. 물론 장난스러운 철이의 행동이나 메텔의 채찍질을 보며 피식 웃길때도 많습니다. 7~80년대 만화 특유의 낮은 프레임으로 표현되는 액션 장면들도 웬지 정겨우면서 웃기기도 하고요..



은하철도999 메텔
미래의 콤퓨타들은 크고 투박했었죠.. 뚜..뚜..뚜 하는 기계음이나 비프음도 계속 나오고

은하철도999
변신로봇 만화에서 흔하게 보던 장면.. 999가 원조였을까요..

또한 우리나라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만화속의 많은것들이 어릴적에 보고 자랐던것들과 비슷해서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상과학 만화에서 보던 크고 투박한 컴퓨터.. 큼지막한 버튼.. 통일호의 녹색 의자.. 7,80년대 특유의 캐릭터 스타일.. 아날로그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림체.. 캐릭터들의 의상.. 익숙한 동네 풍경..

여기에 국내 성우진들의 멋진 목소리도 방송을 꼭 놓치지 말아야할 이유입니다 (1~6회를 놓쳐 일본판으로 봤었는데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EBS더빙이 훨씬 좋았습니다.. 자막은 더빙보다 몰입이 힘든데다가 문어체라 대화가 웬지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고.. 차장아저씨 목소리가 특히 더빙이 매우 좋더군요. 심의때문에 잘려나가는 몇몇 장면은 아쉽지만..)

은하철도999에서 나오는 많은 배경음악들도 정말 좋습니다. 매회 끝부분의 푸른지구는 이상하게 들을때마다 눈물이 나올정도로.. 올 여름부터 하루빨리 은하철도 999를 소개하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미루다가 이제서야 쓰게됐네요. 절반정도 방영했지만 절반이나 남았으니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 한번 저한테 속는셈 치고 보시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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