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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현재...../게임

컴퓨터와 게임에 대한 추억 #6 (AT 286 컴퓨터, VGA, 하드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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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가끔 개그소재로 쓰이는 91년 삼성 알라딘286 광고.. 하지만 AT에 칼라모니터로 게임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만으로 저를 무척 행복하게 만들던 존재였답니다. 광고속 '칼라'라는 문구와 모니터를 보며 칼라모니터는 녹색이 아닌 파란색이 기본화면인가? 싶었죠.. 조그만 글씨로 부연설명된 CGA는 뭔말인지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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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는 일반 종이보다 좀더 고급 재질로 만들어진 팜플렛이었죠. 그래서인지 광고지속 화이트, 슬림한 컴퓨터가 누렇고 두껍던 XT보다 더욱 탐나게 보였는데.. 칙칙한 소프트웨어 화면임에도 칼라가 표현된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허큘리스와 다르게 색깔이 확실히 보여지는걸 보니 아 갖고싶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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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286외에 다른 컴퓨터 광고를 봐도 대부분 비슷하거나 검정화면에 주황색 기하하적 도형같은게 그려있곤 했답니다. 그래서 제가 결론낸 칼라모니터에 대한 이미지는.. 허큘리스처럼 우중충하고 잔상생기는 화면에.. 파란색이 바탕으로 깔리거나 글자에는 정도의 단순한 몇몇 컬러가 들어갔을거라 예상했었죠.

허큘리스를 써본 분들은 그 특유의 우중충한 느낌을 아실텐데.. 여기에 단지 색깔만 추가되었을거라는 생각.. 그래도 허큘리스로 게임을 재밌게만 했었기에 색깔까지 들어가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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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턴유틸리티 NCD

그런데 컴퓨터를 구입후 칼라모니터 화면을 보니.. 잔상이 전혀없고 아주 화사한 칼라를 보여주더군요! 제가 그간 상상하던 화면과는 전혀 다른.. 정말 흑백티비를 보다가 칼라티비를 처음 봤을때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었던건.. 매일 광고로 마음을 달래며.. 조르고.. 부모님이 10등안에 들면 사주신다는 말씀에 공부도 해보고.. 우여곡절 끝에 가을쯤 AT 컴퓨터를 구입했던 것이었는데 스펙은 16 ~ 21Mhz까지(터보) 올라가는 80286 CPU , 32핀 1Mb 램 , 금성14인치 컬러모니터, 트라이던트1Mb SVGA , 시게이트 40Mb하드 , 한글도깨비 한글카드가 달린 NEWTEK 컴퓨터로(유명했던 국내 뉴텍컴퓨터는 아니었습니다) 알라딘 286보다 더욱 좋은 사양이었지만.. 91년 당시 150만원이라는 가격은 엄청 부담되는 무시무시한 가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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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형 3M 디스켓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sjeich/1002725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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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SKC 디스켓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kyakya33/15001835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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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디스켓 (이미지출처 - http://blog.naver.com/sotfzz/80000335552)

칼라모니터와 함께 또 놀라웠던건 서비스로 딸려온 5.25인치 2HD 플로피디스켓(1.2Mb) 10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360Kb 2D디스켓보다 3배나 큰 용량.. 더 이상 황금도끼를 뺏다꼈다 안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투에이치디는 발음이 잘되는데.. 요즘 에이치디티비는 왜이리 발음이 어렵죠 ㅎ)

저는 3M은 에러가 잘생기는것 같아 SKC를 애용했는데.. 부실한 종이 케이스에 접촉면이 활짝~ 노출되어 있어 쓰다보면 침이나 이물질로 디스크 표면이 상처나고.. 에러가 생기는적이 많았답니다. 망가진 디스켓은.. 지문으로 도배를 하거나.. 커터칼, 손톱으로 긁거나.. 분해해서 원반던지기를 하거나.. 가위로 잘라 표창을 만들며 놀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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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의 게임을 다 집어넣을 수 있던 신기한 하드디스크

며칠후엔 친구가 제 컴을 구경하러 왔는데 하드가 달려있다고.. 여기에 게임을 넣을 수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그간 저는 플로피로 게임을 했었는데... 사실 컴퓨터 구입시 서비스로 NCD를 비롯해 게임 몇개가 하드에 깔려있었지만.. 저는 컴퓨터 자체(어디에? ㅋㅋ)에 내장된건줄 알았습니다. 하드디스크가 달려있었는데도 그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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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돌리던 노턴 speedisk

당시엔 하드가 조금이라도 읽을때 컴퓨터를 끄면 무조건 하드가 깨졌습니다 (데이터 뿐만아니라 아마 하드 섹터정보까지 싹..) 그래서 하드의 헤더를 원위치로 이동시키는 파킹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저는 이에대한 개념이 없었죠. 보통 게임하다가 꺼도 자주 하드가 깨지곤 했답니다 (부팅이 안될때마다.. 아씨 또 하드 깨졌네..)

그냥 포맷으로는 복구가 안되고 CMOS메뉴에 있던 로우레벨 포맷을 해야했는데..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해줬죠. 하드를 좀더 빠르게 한다고 speedisk(조각모음)도 매일 돌렸는데.. 하드에 심한 부담을 준다는 로우레벨 포맷과 조각모음을 틈만나면 해서 그런지.. 3년뒤 하드가 급사를 했습니다. 제 무지함 때문이었지만 소중한 데이터를 싸그리 안고 떠나간 시게이트 하드의 충격과 공포는 지금도 남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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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엔 치료해도 치료해도 계속 걸리는 DIR-II 바이러스 때문에.. 플로피디스크 종이케이스에 바이러스가 묻어있다고 생각한적도 있었습니다 -_- 바이러스 걸린 디스켓을 다른 디스켓과 함께 보관하거나 디스켓에 닿기만 해도 옮기는줄 알았던 적이 있네요 (요즘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많을껄요 ㅋ) 다마네기 바이러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등등 바이러스도 참 많이 걸렸는데.. 지독한 DIR-II 바이러스가 하드에 감염되면 깔끔하게 세균을 전멸한다고 로우레벨포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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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쓰던 도스명령어는 COPY, DIR 정도밖에 없었는데.. 친구가 하드에 게임을 저장하는 방법이라고 MD, RD, CD 같은 디렉토리 관련 명령어를 알려주더군요. 디렉토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많이 버벅였는데.. 그렇게 처음엔 왕초보라 힘들었지만.. 컴퓨터잡지 등을 통해 REN, COPY CON, TYPE같은 좀 더 많은 명령어들과.. 메모리 최적화 방법도 점점 배우게 되었네요. 지금도 마이컴 몇년치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 보면 다 추억꺼리이고.. 알라딘286 광고만큼 웃기더군요 (세계최초 4배속 시디롬.. 이런 광고도 무려 90년대 중반의 광고인데 그 이전껀 더 웃깁니다)



[CONFIG.SYS]                                              [AUTOEXEC.BAT]
FILES=30                                                       LH A:\SMARTDRV.COM
BUFFERS=30
DEVICE=A:\HIMEM.SYS /TESTMEM:OFF
DEVICE=A:\EMM386.exe NOEMS
DEVICEHIGH=A:\MOUSE.SYS
DOS=HIGH,UMB

AT에선 XT와 다르게 1MB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어 기본메모리 640Kb외에 384Kb가 남는데.. 기본 메모리를 최대한 지키려고 HIMEM.SYS로 UMB로 올리고.. 남는건 XMS메모리를 만들고.. 386이상에선 EMM386.EXE으로 EMS메모리까지.. 나중엔 QEMM프로그램으로 좀 편해지기도 했죠. 게임을 실행시키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제였는데.. 지금처럼 램이 1~2기가가 기본인 시대에서 640Kb영역을 지키려고 애쓰던 생각을 하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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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더블스페이스는.. 윈도우에서 이런 압축기능으로..

스태커(stacker)같은 하드용량을 뻥튀기시키던 프로그램도 컴퓨터 업계에서 화제꺼리가 되었었는데.. 얼마나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MS에서도 더블스페이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스에 내장했었죠. 하지만 저는 이런 프로그램이 불안하다는 소리가 많았기에 쓰지 않았는데.. 사실 제 대용량 40메가 하드로는 용량 부족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XT를 가진 제 친구들은 하드가 아예 없었고 그나마 한명만 20메가 하드를 가지고 있었으니..

아무튼 이렇게 AT와의 만남은 상상하지 못했던 하드웨어들을 접하면서 또 다른 신세계를 접한 것이었죠. 당시 흔치 않았던 1024x768 지원 슈퍼VGA카드에.. 컬러모니터.. 40메가 하드.. 만약 비용문제로 XT나 허큘리스를 샀었다면 제 컴퓨터 라이프는 금방 한계가 찾아오지 않았을지.. 큰 돈이 들더라도 좋은것을 사주려고 하신 부모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간간히 나오는 386을 요구하는 게임(윙커맨더)이 원망스러울때도 있었지만 이 시스템으로 3년을 부족함 없이 잘 썼는데.. 이땐 요즘과 다르게 컴퓨터가 고장도 안났던것 같네요. 7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한 추억속으로...

(7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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